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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동인 東仁同人’_linked
‘오래된 아파트는 빈민들의 주거지이며 노후하여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시급하게 철거되거나 재건축되어야 하는 도시의 흉물이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아파트는 공동주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인간의 삶에 대한 배려가 담긴 아름다운 공간이다.
재개발이 결정된 대구의 동인시영아파트는 1969년에 지어진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로 4층 복도식에 나선형 경사로가 계단을 대신한다. 5개의 동으로 지어졌으며 총 270여 가구 중 65%가 세입자이며 지금은 재개발로 인해 3분의 1이 이사를 갔고 아직 3분의 2정도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월 임대료가 10만원에서 20만원으며 관리비가 5천원에서 만원 사이라서 대구 한복판에서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것이다. 그리고 연세가 많으신 노인들이 사시는 이유로 다른 아파트와는 다르게 주차 전쟁도 없다. 아파트이지만 옛날 주택의 골목 문화가 아직도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동인동인 東仁同人’ - linked>는 2018년부터 동인아파트가 재개발로 사라지기 전에 근대적 건축물이 지닌 상징성과 주변지역의 역사성이 뒤섞인 공간에 대한 탐사와 함께 도시 공간, 삶, 예술과의 다른 관계모색을 위해 지속적으로 토론과 연구를 진행하였다. 2018년 1차 프로젝트에서는 인근 아이들과 함께 동인아파트와 주변을 탐사하고 놀이를 통해 아파트공동체의 주거형태와 문화, 도시생태의 이모저모를 아이의 시선으로 재발견하는 도시생태교육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2019 2차 프로젝트에서는 전문작가들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아파트공동체에 대한 고유한 시선과 커뮤니티아트, 동네주민들의 기록물, 몸으로 체험하여 기억하고 SNS로 공유하는 동인아파트 1일 숙박 체험 게스트하우스운영,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꾸는 행복정원, 르포타쥬 작가의 3동7호 레지던스 글방 오픈, 3동 나선형 계단과 외벽을 이용한 커뮤니티 공연 <대구 메가폰 슈프레히콜>과 미디어파사드, 동인아파트 빈 방과 정원, 나선형 외벽 곳곳에서 펼쳐지는 작가들의 전시 등이 펼쳐진다. 또한 현재까지 진행된 프로젝트의 전 과정들을 기록하여 포토에세이, 일러스트책, 시집, 영상, 사진, 설치의 형태로 아카이브전시를 봉산문화회관 2전시실에서 펼친다.
대구 원도심의 한복판에서 검은 섬처럼 존재하며 흉물로 방치되는 동인아파트에서 펼쳐지는 ‘동인동인東仁同人’ 예술프로젝트는 철거를 코앞에 두고도 아파트 정원을 가꾸는 동인아파트 주민들의 삶의 태도와 호흡을 기록한다. 오래된 골목문화가 현존하는 특이한 아파트공동체를 기록하면서 ‘삶은 결코 철거되지 않는다’는 씨앗을 수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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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작가 및 아이들과 함께 동인아파트와 인근 지역에 대한 르포타쥬 프로젝트와 더불어 진행된 것이 바로 <동인아파트-아이들의 기록>이다. 민승준, 김미련, 서분숙과 동인아파트 주민/아이들이 민승준의 '서예도서관'과 서분숙작가의 '글방'이자 주민과 프로젝트팀의 사랑방으로 사용되었던 동인아파트 3동 7호에서 여러 차례 모여 책읽기, 토론, 회의, 예술교육, 작품 제작등을 실시했다.
김미련:기획, 참여작가:오정향, 손영득, 배윤정,허병찬, Daniel Dreg 반세기의 연륜을 고스란히 간직한 동인아파트 (나선형 경사로) 외벽을 배경으로 최첨단 기술매체를 활용한 미디어파사드 영상작품을 차례로 투사함으로써, 낡은 아파트 외벽과 첨단 영상 예술작품의 병치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주민 및 시민관객들로 하여금 동인아파트의 철거와 재개발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새로운 감각, 사유, 태도를 촉발한다.
반세기의 연륜을 고스란히 간직한 동인아파트 (나선형 경사로) 외벽을 배경으로 최첨단 기술매체를 활용한 미디어파사드 영상작품을 차례로 투사함으로써, 즉 낡은 아파트 외벽과 첨단 영상 예술작품의 병치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주민 및 시민관객들로 하여금 동인아파트의 철거와 재개발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새로운 감각, 사유, 태도를 촉발한다.
슈프레히콜(Sprechchor)은 독일어 ‘Sprechen(말하다)’과 ‘Chor(합창)의 합성어로 20세기 초반 독일에서 시작되어 일제강점기에 한국으로 전파된 집회, 시위 형식의 전위연극이다. 거리나 공적 공간에 개입하여 지역의 사회적, 정치적 현안을 예술적으로 다루는 집단 시위 예술형식으로 최근 현대예술의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동인동인≫에서는 이현순 극본, 연출로 슈프레히콜 <나의 살던 고향은>은 동인아파트 재개발을 둘러싼 여러 정치적 이슈를, 이를테면, 개발업자(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철거되면 결코 다시는 고향에 돌아올 수 없는 운명의 아파트 주민들의 문제를 다뤘다. 일곱 명의 공연자들이 강열한 색채 대비를 이루는 블랙 슈트와 핑크 타이즈를 착용하고 커다란 핸드 메가폰을 통해 ‘집은 인권이다!’라고 합창하며 돈의 개발논리가 어떻게 사회적 약자들의 거주권을 박탈하고, 인간적인 문화와 인근 생태계를 파괴하는지를 서정적이면서도 신랄하게 보여주었다.
‘대구 메가폰 슈프레히콜’은 2019년 대구예술발전소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 ≪대구아트레전드: 이상춘≫을 계기로 결성된 연극단체로서 당시 신고송의 <철쇄는 끊어졌다> (1945)와 창작극 <지금, 여기 타오르는 불>(서분숙, 2019)을 공연했다.
조경희는 자신의 작업실로 사용하던 아파트(5동 37호 13평)를 전시기간 약 2주 동안 신청자에게 2인 1박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어떻게 단지 안전문제로 철거, 재건축되어야 할 흉물로 간주된 노후 아파트가 (약간의 불편을 감내하면) 실제로 삶의 배려가 담긴 아름다운 거주공간으로 체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무료숙박의 조건으로 SNS에 올라온 게스트들의 후기는 어떻게 재개발이 흔히 서민의 희생을 강제하는 최상층 엘리트의 시각에 불과한지를 방증한다.